돌보는 사람을 아무도 돌보지 않는다는 사실이, 읽으면서 자꾸만 손끝으로 느껴졌다.
김유담 작가의 『돌보는 마음』은 그 사실을 큰 소리로 외치지 않는다. 다만 손과 발과 등이 먼저 알고 있는 무게를, 아주 가까이에서 보여준다.
복직을 앞둔 여자가 아이를 맡길 사람을 고르는 장면이 특히 오래 남았다. 비용과 경력과 성실함을 따지면서도, 결국 마음까지 함께 달라고 은근히 바라는 그 복잡한 계산. 돈을 주고 사는 노동인데도 가족 같은 애정을 기대하게 되는 순간. 그 기대가 얼마나 이기적인지, 동시에 얼마나 절실한지 소설은 판단하지 않는다. 그냥 그 자리에 함께 서 있게 한다.
산후조리원에서 젖이 잘 나오기를 기도하는 밤들, 치매 걸린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두고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 노년의 여자들, 결혼 후에도 결국 집안의 모든 것을 떠맡게 되는 사람들. 그들의 하루는 특별하지 않다. 특별하지 않아서 더 아프다. 누군가를 챙기는 일이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다시 자신의 삶을 밀어내는 과정이 너무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인상 깊었던 건 돌봄 안에 섞여 있는 여러 감정들이다. 애정만 있는 것도 아니고, 원망만 있는 것도 아니다. 질투와 피로와 미안함이 한꺼번에 섞여서 흐른다. 작가는 그 섞임을 억지로 정리하지 않는다. 정리되지 않은 채로 두어도, 삶이 계속된다는 사실을 담담히 보여준다.
읽는 동안 문득 내 주변의 손들이 떠올랐다. 밥상을 차리고, 약을 챙기고, 전화를 받고, 무언가를 대신 참아주는 손들. 그 손들이 하루가 끝나면 어디에 가서 쉬는지를 나는 제대로 물어본 적이 있었던가. 질문이 생겨났지만, 답을 구하지는 않았다. 그냥 그 질문이 조금 더 오래 남아 있기를 바랐다.
돌보는 마음이 숭고한 것이라고만 말할 수 없는 세상이다. 그 마음이 누군가를 살리는 동시에, 돌보는 사람을 조금씩 닳게 하기도 하니까. 김유담 작가는 그 양면을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 이 소설집은 위로보다는 인식에 가깝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지만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던 것들을, 조용히 다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