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클래식의 포문을 여는 책은 이문구의 <관촌수필>이다. 1972년부터 6년에 걸쳐 씌어진 여덟 편의 중.단편소설을 묶어낸 연작소설집으로, 일제 강점기 말엽부터 시월 유신과 새마을 운동이 일어난 1970년대에 이르는 30여 년 동안 고향에서의 일을 풍부한 토속어를 활용해 서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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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관촌수필 :이문구 연작소설집 내용 요약
이문구 작가의 대표적인 연작 소설집인 『관촌수필』은 작가의 유년 시절 체험을 바탕으로, 급격한 산업화와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사라져가는 우리 농촌의 풍경과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애환을 서정적이고도 해학적인 문체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총 8편의 연작으로 구성된 이 책은 충청남도 보령의 '관촌'이라는 작은 마을을 중심으로,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과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고향의 모습, 그리고 그 주변 인물들의 삶을 촘촘하게 엮어내고 있습니다. 🌾
[독서 후 코멘트]
# 시대에 휩쓸린 농민들의 연작
연작에 그려진 인물들은 한국 현대사의 격랑에 휩쓸린 농촌 사람들이다. 그릇 깨는 덜렁쇠지만 거지에게 쌀을 퍼주는 옹점이, 도둑질을 일삼으면서도 숨은 순심이를 지키러 머슴으로 들어가는 대복이, 집안일은 내팽개치고 남의 궂은일에만 앞장서다 죽는 유천만까지. 결함과 미덕이 얽힌 인물들은 선과 악이란 이분법으로 재단되지 않는다.
그리고 인물들의 운명은 하나같이 시대에 의해 부러진다. 옹점이는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약장수 패거리의 가수로 전락한다. 대복이는 세상이 바뀔 때마다 감옥을 드나든다. 어린 학생을 위해 꿩을 팔아주려던 어리숙한 농민 신용모는 그로 인해 야생동물 법을 위반해 전과자가 된다.
[발췌한 책 속 문장]
15P 온 동네를 바깥마당으로 여기며 18년 동안이나 산 토박이가 이토록 나그네 같은 서툰 몸짓밖에 취할 수 없단 말인가.
=> 그는 고향 땅에 서 있는 실향민이다. 장소는 그대로지만 그가 살았던 시절의 고향을 잃었기 때문이다.
42P 족보, 그것은 완전히 망해버린 가문을 최후까지 지켜보다 떠난 할아버지에게는 논문서나 집문서보다도 소중한 가산으로 여겨졌던 것 같다.
93P “하지만 저 언년이는 동네에 쌨는 이림인디유. 강원도 성 서방네 작은 지집애두 언년이 짐 격군(格軍)네 지집애두 언년이”
=> 언년이란 불품없는 이름이 흔했다는 것이 당시 여성 인권이 얼마나 바닥에 있었는지 보여준다,
182P 우리들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책상 걸상이 없는 맨바닥에 늘어앉아 책 한 권을 두서넛이 함께 보며 가난가난하게 학교를 다녔던 것이다.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등교 때는 책보를 허리에 감아 매고, 삽이나 괭이를 실습 도구처럼 메고 다니며, 지붕만 남은 황폐해진 학교를 손질하기 위해서 토요일도 잊어야 되었다.
=> 지옥이나 다름없던 6.25 시기 대한민국에서도 배움의 열의는 꺼지지 않았다.
183P 그 무렵만 해도 전쟁이 한청 치열하던 판이라 장정들이 싸우다 죽을 때는 빽이 없어 죽는다고 “빽-” 소리를 지르며 죽어간다던 시절이었다.
=> 전쟁을 일으킨 것 윗사람들인데 왜 빽이 없단 이유로 민중들이 죽어야 했단 말인가.
184P 모두가 울고불고 정거장이 떠나가는 데다, 환송 나온 학생들이 만세와 군가로 합세를 하면 그야말로 천지가 진동하던 것이었다.
=> 가족의 울음이란 사적 애도와 학생들의 만세와 군가란 공적 의례가 공존하는 현장.
185P 만세와 군가는 그로부터 얼마 안 돼 이틀이 멀다고 되풀이하게 되었다. 휴전협정 반대 궐기대회나 중립국 적성 감시위원단 축출 궐기대회 때에도 수없이 불러야 했던 것이다.
=> 만세와 군가가 '이틀이 멀다고 되풀이되는' 일과였다는 화자의 담담한 회고가 그 시대의 숨 막힘을 전한다.
202P 어느덧 그의 양 어깨에 두만강 물너울이 실리면서 두 볼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 식민지 시대의 두만강이 흐르고 있었다.
=> 개인의 눈물에 식민지 시대라는 단어가 붙음으로써 민족의 수난을 전하는 기능까지 한다.
213P 그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지른 자에게 주는 동정이라면, 그 동정의 성분은 무엇인가.
=> 자신이 동정한다는 인류애에 취해 흉악한 죄를 잊어선 안 된다.
281P 바다는 밤으로 더 가까이 오면서 길잡이 바람만 되돌아가 구름으로 솔면 으레껏 선잠에 들며 늘 그렇던 꿈을 꾸지 시작했다.
325P 세월은 지난 것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새로 이룬 것을 보여줄 뿐이다.
=> 책의 존재와 메시지를 가장 잘 전하는 문장.
345P 복산은 입고 있던 봄 스웨터 위에 낡은 예비군 옷을 끼어 입으면서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 뒷모습을 본 순간 문득 그 옛날의 유천만을 생각했다. 그가 곧 그의 부친이었다. 동네 들무새로 남의 뒷수쇄로, 남 못할 힘드는 일만 골라 자청해서 치다꺼리해주기 바쁘던 것 한 가지만은 고스란히 대물림이 되어있던 것이다.
=> 아버지의 행적을 이어받기 싫어했지만, 결국 오지랖을대물림받은 복산. 이런 걸 보면 성격에는 선천적 요인 영향력이 꽤 클지도?
370P 구두 뒤축이 허벅지를 찍더니 아랫배로 올라왔다가 옆구리를 제긴 다음 엉덩이를 까 뭉기고 어깻죽지로 올라왔다. 논산 훈련소에서 맛보고 십몇 년 만에 받아보는 대접이었다.
=> 군홧발로 훈련병들의 인권이 유린당한 것도 채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373P 진실은 언제나 만고부동의 존재이긴 하지만, 시대와 장소에 따라서 일시적으로 거짓의 횡포에 눌리는 수난을 겪을 수 있다고 나는 말했다.
=> 꿩 도둑으로 억울하게 몰린 신용모에 대한 위로와, 1970년대 유신 정권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을 동시에 하는 문장.
374P 그처럼 초라한 건물 구석방에서도 엄숙한 분위기로 법률이 집행되어, 인권의 유무, 투쟁의 승패, 가문의 흥망, 남녀의 이합, 재물의 득실 등 사람의 온갖 희비애락이 결정되어지리라고는 믿어지지 않던 것이다.
=> 법이 집행되는 장소의 외관은 보잘것없어도, 위력은 절대적이었다.
430p 이렇게 볼 때 이 작품은 사건이 일어난 과거와 ‘작자-서술자’가 그것을 서술하는 현재가 대개 공존하지만, 초점이 현재 쪽으로 이동하면서 오염되고 삭막해진 1970년대 농촌 현실이 전면에 부각되는 전개 구조이다.
432p 한국어는 오랜 동안 한자어와 토속어가 언문일치를 이루지 못한 채 뒤섞였으므로 이 작품에서 둘이 혼합된 양상은 20세기 중반 한국의 언어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436p 이문구는 그 슬픔의 힘으로 자기의 일생을 보편화하여, 한 시대 민중들의 초상으로 가득 찬 벽화를 그려내었다.
‘관촌’은 주인공이 어린시절 살았던 대천(현 보령시)의 작은 마을이고, ‘수필’은 글의 성격을 놓고 고민한 끝에 저자가 일부러 집어넣었다고 한다.
엄밀히 말해 이 작품의 장르는 소설이지만, 내용이 전체적으로 사실에 가깝기 때문에 수필로 봐도 무방할 듯 싶다.
가독성은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날 것 그대로의 토속어와 방언이 난무해 뒤에 첨부된 사전을 수시로 찾아봐야 하고, 등장인물 간의 대화 또한 소리나는 대로 옮겨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그 시기만 벗어나면 작품의 진가가 드러난다.
웃기고, 감동적이고, 아름답고, 슬프고, 때론 화가 나기도 한다.
깡촌에서 자란 나는 책에 나오는 모든 이야기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고, 작품 한 편, 한 편이 너무 재미있어 분량 줄어드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고지식한 할아버지,
어린나이에 식모로 들어온 옹점이,
동네 불량배 대복이,
바르고 강직한 석공,
인품 좋은 복산이,
어리숙한 신용모 등
주인공 민구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웃들의 기구한 삶이 총 8편의 단편집 속에서 황홀한 꿈처럼 펼쳐진다.
TV 드라마도 필히 챙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