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맨부커 인터내셔널의 후보로 선정되어 화제를 불러일으킨 소설가 박상영의 연작소설.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스스로를 거두어야 하는, 일과 사랑을 모두 놓칠 수 없지만 그중 하나도 제대로 이루기 어려운 삼십대의 고충을 특유의 생생한 입담으로 전한다.
박상영의 전작―연작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창비, 2019)에는 20대 퀴어 화자가, 장편소설 『1차원이 되고 싶어』(문학동네, 2021)에는 10대 퀴어 화자가 등장했다. 그리고 2022년, 점차 나이를 먹어가는 박상영의 화자들. 이번 연작소설집에는 30대 중산층 게이 커플 두 쌍(과 미혼 여성 한 명)이 등장한다. 그들은 본격, 노동하는 사람들. "요즘 애들"이라는 멸칭을 들어야만 하는, 그 모든 모욕과 부조리를 '사회생활'이라며 퉁 치고 넘어가야 하는 이들이다.
시스젠더 헤테로섹슈얼에게도 이 사회는 버겁다. N포 세대니 헬조선이니 하는 신조어는 이젠 지겹다. 그렇다면 퀴어는? 퀴어에게 '미래'란 게 있나? 분명한 건,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희정, 봄날의책, 2019). (이 책은 근래 '퀴어 문학 '제발' 퀴어하게 읽기' 수업 들으며 찾아 읽었다. 정말 제목 그대로를 말하고자 하는 책.) 취업, 결혼, 내 집 마련, 출산, 양육 등 청장년기 인간발달의 과정 과정이 얼마나 비성소수자, 그러니까 이성애자에게만 가능한 일인지를 뼈저리게 깨닫는 퀴어. 제 한 몸 건사하기 위해 패싱을(은)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고/행해진다.
그런 와중에 이 소설은 「믿음에 대하여」 말한다. 그렇게 말해야(만) 하는 사실이 아프다. 박상영의 화자들에게 믿음밖에는 남은 게 없는 것 같아서. 「요즘 (퀴어) 애들」에겐 「우리가 되는 순간」 같은 건 허상일 뿐이고, 그들은 「보름 이후의 사랑」조차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그렇다고 박상영이 이 모든 걸 팍팍하게 썼을 리 없다. 박상영은 박상영이니까. 그는 자유롭게 인물과 인물을 잇고 살을 붙여 '지금-여기'의 퀴어 화자들을 탄생시킨다. 자조 섞인 위트 덕분에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명랑하게 흘러가고, 페이지도 따라 훌훌 넘어간다. 그러나 시간은 우리에게 지나간 과거보다 다가올 미래에 더 많은 책임을 부여한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지. 성장의 어떤 단계들을 뛰어넘는 순간, 이전으로는 도무지 돌아갈 수 없는 우리. '성장'이 점차 안정을 찾아간다는 뜻이라면 퀴어에게는 정확히 그 '안정'이 없다. 뒤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어떤 명시적인 선이 없다. 말 한마디에 무너질 수 있는 선이니까 '고찬호'와 '김남준'과 '유한영'과 '임철우'는 불안정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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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다. 그게 나였다." (「믿음에 대하여」, 258쪽)
돌고 돌아 '나'로 돌아왔을 때의 체념과 비애. 그럼에도 자괴감과 안도는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아프지······) '나'라는 벼랑 끝에 서 있는 박상영의 화자들은 어디로 나아갈까. 박상영은 우리게 무엇을 더 보여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감상을 마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