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무엇인가>의 저자 E. H. 카의 증손녀이자 역사가인 헬렌 카와 로햄프턴 대학교의 명예교수 수재너 립스컴이 역사학계 안팎 20명의 전문가들을 모아 오늘날 역사란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질문하며 저자 E. H. 카가 말한 과거와의 대화를 새롭게 꾀한다.
[독서 후 짧은 감상 코멘트]
여러 저자의 글을 엮은 책이기 때문에, 장마다 깊이의 편차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뒷부분으로 갈수록 감흥이 덜했다. 하지만, 이 다양성이 역사엔 여러 목소리가 공존한다는 메시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결함과 미덕이 한 몸을 이룬다.
[발췌한 책 속 문장]
101p 우리가 언어를 사용할 때마다 언어는 그 안에 쌓인 전체 역사를 이야기한다.
156p 오늘날 모든 역사는 다시 쓰는 역사이다.
160p 장애를 이해하는 일은 인간 경험의 변동성을 인정하는 일이다.
=> 장애사(史)를 단순히 소수자 집단의 역사로 여기지 않고, '인간 조건의 가변성'에 대한 성찰이 드러나는 문장이다. 사람은 누구나 일시적으로든, 영구적으로든 장애의 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
163p 수 세기에 걸쳐 변함없는 한 가지 사실은 장애인들이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끊임없이 맞닥뜨렸다는 점이다.
=> 기술과 제도는 발전했지만, 편견의 구조는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우리는 흔히 역사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믿지만, 어떤 차별은 형태만 바꾸며 지속되었다.
168p 이러한 역사의 대부분은 장애인들을 “망가져버린 신체와 삶, 의학과 과학 기술의 실패”로 보면서 전통적으로 그들을 변두리에 위치시켰다.
=> 역사가는 객관적 기록자가 아니라, 누구를 중심에 두고 누구를 주변으로 밀어낼지를 결정하는 권력의 행사자였음을 말하는 문장이다.
172p 인공 보철물은 장애인들의 일상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일단의 의미들이 담긴 사회적 대상이다.
=> 의족이나 보청기 같은 사물은 단순한 의료 기기가 아니라, 그것을 만든 사회의 기술 수준, 미적 기준, 그리고 ·장애에 대한 태도가 응축된 산물이다.
291p 신화 만들기는 더 넓은 규모로 자행될 때 대중적 상상과 정치, 심지어 인종 관계에 우려스러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
=> 민족의 기원 신화는 정체성의 토대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타자를 배제하고 차별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319p 역사는 정치라는 도가니에서 하나의 무기로 주조된다.
328p 나는 지배를 미화하는 역사들에서 우리의 국가적 정체성을 찾아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334p 원주민 역사들에 대한 부정은 계속되는 식민화와 현실들을 말소하고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연결들을 단절시킴으로써 과거를 알아볼 수 없게 만든다.
=> 식민주의는 현재 진행형임을 강조하는 문장이다. 원주민의 역사를 지우는 것은 곧 그들의 현재 존재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335p 오랫동안 역사는 민족주의적이고 제국주의적인 의제들에 복무하기 위해서 생산되어왔고, 식민화된 사람들을 침묵시키기 위한 무기로 이용되었다.
=> 정복자는 역사 기록을 이유로 들어 자신의 침략을 '문명화'로 정당화하고, 피정복자의 저항을 '반란'으로 명명했다.
385p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확실히 문학의 바탕을 이루는 한편, 문학은 과거 역사에 대한 우리의 독해와 우리의 새로운 역사 창조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영구적인 진자 운동이다.
389p 우리가 알든 모르든, 문학 읽기는 단서를 찾고 텍스트의 세계를 발굴하고 그 세계의 여러 다른 퍼즐들을 짜 맞추는 일이다.
399p 역사와 마찬가지로 문학은 정적이지 않다. 둘 다 유동적이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상이다.
=> 역사도 문학도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