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하우스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이 드디어 100번째 책을 펴냈다. 위픽 시리즈 100권 출간을 기념하여, 시리즈의 첫 책이자 상징적 의미를 지닌 구병모 작가의 《파쇄》가 새옷을 갈아입고 독자들을 만난다.
이 책 어때요?
Q&A
이 책의 한줄평
4
게시물
17
이 책이 담긴 책장
오늘 독서, 어떻게 시작해 볼까요?
요약
파쇄 내용 요약
『파쇄』(ISBN 9791168127012)는 한국 소설가 구병모의 단편소설로, 2023년 3월 8일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WEFIC)’ 첫 번째 작품으로, 구병모의 대표작 『파과』(2018)의 외전인 이 소설은 96페이지에 걸쳐 60대 여성 킬러 ‘조각’이 10대 시절 킬러로 훈련받는 과정을 강렬하고 압축적으로 그린다. 1976년 서울 태생의 구병모는 『위저드 베이커리』(2009)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 이후 『파과』, 『아가미』 등으로 오늘의
✏️ 『파쇄』 독서노트 🐗🔫
* 『파과』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각은 본래 버리는 패였다. 그런데 먹이로 던져 준 쥐가 고양이를 물었다. 고작 부엌일을 조금 도울 수 있을 뿐인 군식구보다는 확실한 미끼가 필요했고, 그저 그런 미끼보다는 방역 조수가 쓸만했다. 류가 편리한 도구로 조각을 들였음은 자명하다. 처음에는 미련하다고 생각했다. 매번 죽을 길을 가리키는 사람에게 목매는 일이, 조각에게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눈을 가늘게 뜨도록 만들었다. 『파쇄』를 마저 읽고 나서야 조각의 심정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조심스럽다는 개념에도 상대성이 있을까? 바람 불면 날아갈까 손에 쥐면 터질까 안달복달하는 행위의 절댓값이 아니라, 스스로 돌보는 것보다 실낱만큼이라도 더 염려하는 마음이라면 류는 조각에게 조심스러웠다. 어린 조각은 자신을 물건 취급했다. 유용하면 쓰이고, 가치가 다하면 버려지는. 처음부터 거기 없었던 것처럼 묻어둬야만 하는 감정이 새어나가면 곁에 머물 수 없기에 망가져도 상관없다고 말했고, 류는 조각을 사지로 떠밀지언정 적어도 스스로 보호하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 선생이었다.
건강한 애정은커녕 짓무른 과육처럼 염증마저 느껴지는 관계임에도 조각이 류를 추억하는 이유는 의도된 공백일 것이다. 조각의 세계는 이어지지만, 류는 멈춰 버린 시간에 있다. 처음에는 이미 지켜야 할 세계가 있어서, 그것을 잃고 난 후에는 더 이상 지킬 것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러면서도 류는 조각을 구하고 죽었다. 이제 그 이유는 누구의 입으로도 들을 수 없다. 시간의 흐름은 조각의 안에 있는 류의 모습을 끊임없이 재구성했고, 이제는 사랑했던 한 남자가 아니라 일종의 행동 규범으로 남았다.
류는 조각에게 칼 쥐는 법, 피하는 법 하나까지 가르쳐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조각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류라면 어떻게 대처했을지 생각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흔적은 그 이상으로 생활 전반에 퍼져 있다. 별 의미 둘 것 없는 상투적인 표현인데도,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인사가 싫다고 억지를 부리던 류가 떠오른다. 누군가 ‘어머님’이라고 부를 때마다 ‘누가 당신 어머니야’ 지적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조각은 분명 류를 닮았다.
여기까지 돌아보고 나니 60대 조각의 사연이 달리 보였다. ‘내게도 은퇴하고 평범한 삶을 영위할 자격이 있을까?’ 조각의 고민은 흔한 자격 강박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한 물음이었다. 평생에 걸쳐 쓸모를 증명해야만 했던 삶이다. 할 줄 아는 거라곤 방역뿐인데, 그마저도 내려놓은 자신이 계속 살아가도 되는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남들 눈에 어설프게 보일지언정 오색찬란하게 치장하고, 버릇없게 보여도 순수하게 기뻐할 줄 아는 아이를 보고 흐뭇해하기도 하는 일상의 사소한 페이지가 썩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조각은 류를 떠올리며 읊조린다, 아직은 당신에게 갈 시간이 아닌 모양이라고.
추천 음악: 이고도-Mouse 🐀
이 책은 『파과』의 주인공인 65세 여성 ‘조각’의 10대 시절 어느 훈련 장면을 다루고 있다. 진짜 위픽 시리즈의 첫 문을 정말 잘 열어줬다고 생각한다. 『파과』의 프리퀄? 이걸 안 읽을 수 없잖아? 별개로 『파과』를 읽지 않고도 충분히 매료될 수 있는 독자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살인하는 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 사랑이 느껴진다. 무자비한데 존중이 느껴지고, 가차 없지만 섬세하다. 살기 위해 죽여야 하는 삶을 살아가야 할 소녀에게 그는 얼마나 어디까지 알려줘야 할까. 그렇게 그는 소녀에게 있어 당장은 죽이고 싶지만 동시에 가장 살리고 싶은 사람이 된다.
#종섭아_다읽었어
어떨 땐 류가 조각을 살인무기로 다루기도 했다가 또 어떨 때는 조심스럽다.
조각의 내적 서술을 읽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새에 류에 대한 마음이 커졌던 거 같다. 이런 선명한 태도 차이가 류를 향한 마음을 더 커지게 만들었던 거 아닐까?
못되게 살다가 한 번 착하게 살면 착하게 살았던 사람보다 더 칭찬을 해주는 것처럼
조각과 류의 관계성이 정말 매력적이고 재밌다. 파쇄를 읽으며 류와 조각의 관계성을 추측했을 때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먹을 배에 꽂는 제자와, 그런 제자에게 잘했다고 계속하라고 격려를 보내는 관계가 이상하고 좋다!
생각보다 둘이 잘 어울려서 사귀었어도 괜찮을 거 같다는 괜한 생각두 든다.
이 둘의 대화가, 특히 조가 끌고가는 대화가...섹시하다. 내가 류의 행동이 섹시하다고 생각했던 거처럼 10대의 조각도 어리숙한 마음에 마음이 동했던 걸까?
수련 할 당시 류 관점은 안 나와서 잘 모르겠지만 류도 기묘한 기류를 느꼈을까?
조각과 키스했던 장면에서 이성적인 류는 이 행동이 자신답지 않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고 충분히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현실로부터 도망간 류의 속마음이 제일 궁금하다.
마지막 페이지는 진정한 방역업자 조각의 시작을 알리는 눈물로, 평범함과 멀어짐을 체감한 조각을 아무말 없이 안아주는 류의 행동으로 모든 문장이 나에게 좋았던 페이지이다.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책 소개로는 “혹독한 훈련을 통해 타인을 부숴버리는 방법을 터득함으로써 결국 자신의 삶도 산산조각 나기를 선택한 조각의 탄생기”라구 써있다. 특히나 마지막 페이지의 생동감이 생생해서 임팩트 있었다.
동심원처럼 퍼지는 사랑을 감추는 조각과 동시에 이상으로부터 멀어져가는 조각을 동시에 볼 수 있어 좋았다.
좋았던 문장 : 생각은 매 순간 해야 하지만, 생각에 빠지면 죽어.
일단 마음 먹고 칼을 집었으면, 뜸 들이지 마.
그녀는 잔돌이 던져져도 동심원을 그릴 줄 모르는 수면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