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퓰리처상 수상에 빛나는 작가 윌리엄 포크너의 대표작. 이 소설은 미국 남부의 유서 깊은 가문, 콤슨 가의 몰락을 그린다. 1910년 6월 2일부터 1928년 4월 8일까지 일어난 몇 가지 사건을 매개로 인물들 간의 관계와 갈등을 드러낸다.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3장은 콤슨 가 형제들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독서 후 코멘트]
# 극단적인 의식의 흐름 시점
이 책은 매우 어렵다. 백치 벤지의 시점에서 서술된 1부와 자살한 하버드 대학생인 쿠엔틴의 시점의 2부는 극단적인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화자의 생각, 기억, 외부 세계의 묘사가 뒤엉켜 있다. 한 문단, 한 문장 내에서 시간을 넘어 다니기 일쑤다.
# 고난의 중반부
중반부까지 책을 읽을 때 직전의 경험처럼 이 책도 모교의 권장 도서 목록에 왜 위치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사건의 변동성을 넘어 글씨체의 변화까지 보여주는 1부와, 문장의 정합성을 어기기 일쑤고 문장의 마침표까지 생략한 2부를 읽으며 당혹스러움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 어려웠지만 쾌감을 준 퍼즐과도 같던 책
하지만 갈등 관계가 명확한 3부를 넘어 삼인칭으로 서술된 4부에 이르니 콤슨 가문의 몰락 과정이 안개가 걷히듯 뚜렷이 보였다. 비록 인터넷에 있는 서평을 더 찾아봐 이해를 높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어려웠지만 쾌감이 있었다.
[발췌한 책 속 문장]
P310 "나는 스물한 살이 되도록 50달러라는 돈은 구경도 하지 못했다. 다른 애들이 매일 오후와 토요일에 온종일 놀 때 나는 이런 상점에서 종일 일하면서도 말이다."
=> 이 말을 한 제이슨은 '악당'이지만 그는 선천적인 악마로 볼 수 없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의 형 쿠엔틴은 가문이 땅을 팔아서까지 하버드에 보냈고, 누나 캐디는 결혼으로 자동차를 얻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받지 못한 채 상점 점원으로 일해야 했다. 제이슨의 냉소와 잔혹함은 이 소외감에서 자랐다.
P414 "시계가 엄숙하고 의미심장하게 째깍거렸다. 그 소리는 이 스러져 가는 집 그 자체의 말라빠진 고동 소리였으리라."
=> 콤슨가 사람들은 모두 과거에 갇혀 미래로 나아가지 못했다. 시계 소리가 '스러져 가는 집의 말라빠진 고동 소리'라는 표현은, 콤슨 가문이 이미 생명이 빠져나간 채 관성으로만 째깍거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P431 "신경 끄래두. 나는 시작을 봤고, 이젠 종말을 본단 말이야."*
=> 교회에서 ‘시작과 끝’에 대한 설교를 들은 콤슨 가의 하인 딜시가 주인 집안의 흥망성쇠를 모두 목격한 자신의 위치를 표현하는 문장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가문의 '시작과 종말'을 온전히 증언하는 자가 백인 주인이 아니라 흑인 하녀였다. 가문의 영광을 누린 자들은 그 몰락을 이해하지 못한 채 죽거나 멈춰 섰지만, 평생 그들을 섬긴 딜시만이 이 모든 흥망을 의미 있게 바라보았다.